이영싫 [사사xGS송하] 0시 0분
이런 영웅은 싫어 사사GS송하 - 0시 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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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들 야근해야 하니 그렇게 알고…….”
야단이라도 맞은 것마냥 날개가 처졌다. 빈틈없이 까만 깃털들로 이루어진 날개가 처지는 모습이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하게 보인다. 그러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가뜩이나 다나가 내민 물품 파손 청구서며 다달이 나가는 두 사람 분의 생활비며, 사사로서는 도저히 오늘 야근은 하고 싶지 않다며 줄행랑을 칠 처지가 못 되었다. 하다못해 송하와 같이 일을 하면 좀 나을 텐데 사랑스런 초록빛 머리카락의 주인은 퇴근을 한 지 오래다. 하얀 얼굴이 울상이다. 오늘은 기어코 밤 열두 시 전에 집에 들어가 송하와 생일을 보내고 싶었는데. 맛있는 생일 케익이며 송하가 주는 선물이 없더라도 송하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다. 그런데 송하와 함께하는 생일이고 뭐고, 아무래도 이번 생일은 야근하며 보낼 모양이다.
졸다 깨다 하는 야근은 역시나 졸음과의 싸움의 연속이다. 갑작스런 졸음에 고개가 뚝 떨어져 목이 아팠다. 꾹꾹 뒷목을 누르며 속으로 야근을 원망했다. 물론 원래가 남을 원망하지 못하는 성격이니 그마저도 얼마 안 가 사그라질 소심한 불평이다. 웬 일인지 진동을 하는 휴대폰을 급하게 집어 들었다. 발신자를 보니 송하다. 야근의 서러움도 잊고 전화를 받았다. 반가움이 넘실대는 목소리가 야근을 하는 사람 같지 않게 밝다. 송하? 하고 받으니 조심스레 울리는 웃는 소리가 귀엽다. 물론 사사만 귀엽고 아무도 귀여운 점이 어디인지 잡아낼 수 없을 테지만 제게만 귀엽다는 부분이 또 마음에 든다. 그야말로 팔불출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그건 그래, 하고 자신이 먼저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지금 다 와 갑니다.
“응?”
송하가 그렇게 말하기를 좋아하는 서두도, 뒷말도 전부 잘라먹고 말의 중심만을 가져다가 내미니 사사는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말 다 오기는 한 것인지 야근을 하고 있는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일어나지도, 앉지도 못한 채 사사가 묘한 자세로 그녀를 맞았다. 환하게 웃는 얼굴은 덤이어서 송하로 하여금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허둥지둥 다가와 손을 잡고 끌어당기는 바람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동하!”
어쩐 일이야, 하고 맞는 목소리에는 어리둥절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왔다는 어조가 섞여 있었다. 사사가 제 집도 아닌데 어서 앉으라며 의자 하나를 빼내 톡톡 친다. 얼른 앉으라는 뜻이 명백해서 송하는 얌전히 앉았다. 사사는 여전히 곁에서 웬 일로 와주었냐며 감격하고 있었다.
“어쩐 일은 아니고…….”
송하가 힐끔 시계를 쳐다보았다. 사사도 덩달아 그녀의 시선 끝을 같이 봄으로써 그녀의 행동을 따라 한다. 어느새 시계가 0시 0분을 가리키고 있다. 이는 곧 사사가 나이를 한 살 더 먹었음을 알리며 스푼에서 일한 햇수에 일 년을 더하는 것을 알리는 시계 초침 소리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송하와 결혼해 맞이하는 첫 번째 생일이라는 사실이 그에게는 중요했다. 송하가 오자마자 제 생일이 되다니, 송하는 어쩌면 이렇게 타이밍을 잘 맞추는 사람일까. 그 사실이 또 한 번 감격스러워 송하를 끌어안았다. 끌어안긴 품에서 약하게 소리가 났다.
“생일 축하합니다.”
오늘이 사사의 생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안타깝게도 야근이 걸려 생일의 시작을 스푼에서 보내게 될 것을 인지하자마자 급하게 집에서 뛰쳐나오게 된 것이었다. 밤 열두 시가 넘었으니 케익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미리 사놓은 선물이라도 건넬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사사의 얼굴에 가득한 환한 미소를 또 볼 수 있겠지. 사사의 목을 살며시 끌어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