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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
렐타
2016. 10. 26. 16:21
산통에 절어 꼬박 하루를 보낸 끝에 낳은 아이였다. 모두가 입을 모아 갓난아이치고 눈도 또렷하고 우는 목소리도 또랑또랑하니 얼굴도, 목소리도 어여쁜 아이로 자라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낳은 사람이 돌보지 않으니 아마도 아이와 함께 죽으려는 모양이라고 말은 하지 않아도 다들 그런 생각들을 했다. 여인은 아이를 보려고 조차 하지 않았다. 곁에서 이름을 좀 지으라고 하도 성화를 해대어서 아이를 낳은 지 아흐레 정도 만에 입을 열어 이름을 붙였다.
“아이한테 이름도 안 붙여줄 거요?”
“……난이라고 부르소.”
“난이?”
“갓난아이니 난이라고 하면 됐지.”
퍽 성의 없는 이름이었다. 조금 더 예쁜 이름을 지어주지 그러냐고 말을 하기도 전에 서슬 퍼런 눈빛에 이웃집 아낙은 기가 질려 입을 봉했다. 그래도 태어난 아이가 죽을까 염려스러워 몇 번을 집안을 들여다보았다. 아이는 다행히 죽지 않았고 여인도 마찬가지였다. 전모를 멋들어지게 쓰고 화려한 치마를 뽐내듯이 가마를 타고 온 여인이 집에 들어선 것도 그때쯤이었다.
“정녕 안 키울 거야?”
여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그 아이는 내가 데려가려고 한다. 헌데 기생 팔자로 키워도 정말 괜찮겠니.”
“계집아이 팔자가 그 정도면 잘 살았다고 애미한테 절이라도 해야 할 판인데, 원망이나 하겠소.”